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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봄, 똥을 눈다
  작 가 이가을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589
  등 록 일 2007-01-31 오전 5:09:15

<맛보기>






봄이,
내 몸을 풀고 오는 봄이 예전 같지가 않다
눈치채지 않게 내심 흔들리는 꽃잎의 노란 입술, 그 노란 입술
의 숨결 어릴 적 내 신발을 뒷춤에 감추던 구름은 늙어 천천히
흘러가고 달빛 하늘 낮은 굽이 아래로 떠내려간 그 긴 우수의 속
눈썹을 감아 내리고 오솔길도 그 오솔길이 아니다
내 신발을 신고 찰방대며 걷던 아이의, 꿈 속의 그 오솔길 오
솔길의 그 꽃 구름을 쓴 우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너의 뿌리가 잇닿은 집에, 둥지에 손을 넣는다 새알 하나가 있
다 따뜻하지 않지만 심지가 굳어 있기는 하다

앞 이마를 열고 둥글게 달려오는 자전거 바퀴 행렬이 보인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손 내저어도 새순 송알송알 올라오고 푸른
숲을 내 어미는 둥근 나무의 키들, 키 큰 나무의 잎사귀들 숨차
게 언덕을 넘어서는 바람 참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봄의
결 가지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