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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사강을 지나며
  작 가 강성철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692
  등 록 일 2007-01-10 오전 1:17:09

저자 소개

·1988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책정보


고드름 1


바람이 낡은 햇살 한 점 물어다 주어, 연한 살갗은 눈
을 뜨며 신음하였습니다. 실은 살갗 깊숙한 마음 한 자락이
더 신열을 앓았답니다. 나는 이 행복한 고통이 오래 지속되
길 바라며 유리창에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적어 보았습
니다. 낮달이 파르르 눈썹 떨구고 간 자리, 사철나무 그 눈
부신 반짝임은 내 영혼 사이사이를 비집어 들어왔고요. 이
런 날은 끊임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져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다가 전화를 걸까, 아니면 이 팽팽한 그리움 그대로 즐
길까? 난 그에게 귀찮은 존재일까, 그리운 존재일까? 밑밥
을 뿌리고 낚시꾼이 찌를 응시하듯, 기다림이 주는 이 주체
못할 팽만감. 항상 한 걸음 앞서 달려가는 시간의 뒤꿈치를
좇다보면 앞서간 길들이 겨울의 발끝에 지워져 하염없습니
다. 그러면 그리운 시냇가, 꽝꽝 언 얼음 갈비짝을 조심히
열어제껴 기억의 따스한 촉감을 조금씩 조금씩 확인할 일입
니다.

라고 이 戀詩를 끝맺으려다 마음이 너무 허전하여 고드름
한 두름 엮어다가 추억의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지요


시인의 말

너에게 주었던 상처들이
내 몸 어딘가에서 하나 둘 씩 눈을 뜨면
그리운 기억들, 하나 둘 씩 불을 밝힌다.
사강은
흘러간 내 청춘의 아픈 흔적이다.
지워지는 손금 따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사강의 언저리를 돌다가
사강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서 길을 잃는다.
하여, 온전히 너를 잃어버린다.
나의 슬픔은
늘 그렇게 너를 잃어 가며
어긋나는 길목에서 피어나곤 한다.

1999년 2월
강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