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1988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책정보
고드름 1
바람이 낡은 햇살 한 점 물어다 주어, 연한 살갗은 눈 을 뜨며 신음하였습니다. 실은 살갗 깊숙한 마음 한 자락이 더 신열을 앓았답니다. 나는 이 행복한 고통이 오래 지속되 길 바라며 유리창에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적어 보았습 니다. 낮달이 파르르 눈썹 떨구고 간 자리, 사철나무 그 눈 부신 반짝임은 내 영혼 사이사이를 비집어 들어왔고요. 이 런 날은 끊임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져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다가 전화를 걸까, 아니면 이 팽팽한 그리움 그대로 즐 길까? 난 그에게 귀찮은 존재일까, 그리운 존재일까? 밑밥 을 뿌리고 낚시꾼이 찌를 응시하듯, 기다림이 주는 이 주체 못할 팽만감. 항상 한 걸음 앞서 달려가는 시간의 뒤꿈치를 좇다보면 앞서간 길들이 겨울의 발끝에 지워져 하염없습니 다. 그러면 그리운 시냇가, 꽝꽝 언 얼음 갈비짝을 조심히 열어제껴 기억의 따스한 촉감을 조금씩 조금씩 확인할 일입 니다.
라고 이 戀詩를 끝맺으려다 마음이 너무 허전하여 고드름 한 두름 엮어다가 추억의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지요
시인의 말
너에게 주었던 상처들이 내 몸 어딘가에서 하나 둘 씩 눈을 뜨면 그리운 기억들, 하나 둘 씩 불을 밝힌다. 사강은 흘러간 내 청춘의 아픈 흔적이다. 지워지는 손금 따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사강의 언저리를 돌다가 사강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서 길을 잃는다. 하여, 온전히 너를 잃어버린다. 나의 슬픔은 늘 그렇게 너를 잃어 가며 어긋나는 길목에서 피어나곤 한다.
1999년 2월 강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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