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하기
 
  제 목 멱라의 길
  작 가 이기철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479
  등 록 일 2006-11-22 오전 9:43:55

저자 소개

·1943년 경남 거창
·1972년 <현대문학> 등단
·현 영남대 국문과 교수



대표시


너와 함께


너와 앉으면 나는 항상 혼자가 된다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모여서는 끝내 땅으로 떨어지고
밤을 지새워 울던 꾀꼬리 소리도
아침을 만나면
푸른 밀밭 속으로 사라진다

등꽃이 하얗게 피는 밤에
달빛 아래 흔들리는 너의 목소리
그것은 태고로 부는 바람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맑은 소리며
울창한 솔잎을 뚫고 떨어지는
반짝이는 햇살의 금빛 얼굴이다

뜰에 늦은 봄의 오수(午睡)가 내리고
우리들의 가장 조용한 시간에
찻잔에다 한 숟갈 오수를 타면
찻잔에 부서지는 너의 흰 얼굴
바다에 너훌거리는 너의 속눈썹

너와 함께 다탁에 앉으면
나는 항상 혼자가 되고
너는 먼 전설 속의 사람이 된다


시인의 말
  오랜 시간, 내가 수놓았던 생각과 내가 사랑했던 말들이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한 권의 책 속에 묶인다. 그 자유롭고 분방했던 말들, 시집을 묶는다는 일은 언어들에 가하는 내 의지의 폭력은 아닐까?  그러나 여기 쓰인 말들은 내 심장의 편린, 내 사랑의 분신들임을 거짓없이 고백할 수 있느니, 나의 언어들이여, 그대들의 성채 안에서 영원하기를……
1998년 만추(晩秋)
이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