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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폐차장 근처
  작 가 박남희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645
  등 록 일 2006-11-15 오전 10:30:08

시인의 말


나는 지금
빈 바가지 하나로
하늘 아래 있다
내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나는 잘 만져지지 않는
내 속의 공기를 버리고
그 안에
물을 가득 담는다
내 갈증의 근원인 저 물,
그렇다면
물이 내 삶의 전부인가?
나는 다시 물을 버리고
누군가의 눈빛을
그 안에 가득 담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눈빛이
내 안에서 출렁거린다
내가 흔들린다

손이여,
내안의 눈빛을 함부로 쏟아버리지 마라.

1999년 늦가을
탄현마을 서재에서
박 남 희



책정보

 

폐차장 근처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었다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자유롭다
나를 속박하던 이름도 광택도
이곳에는 없다
졸리워도 눈감을 수 없는 내 눈꺼풀
지금 내 눈꺼풀은
꿈꾸기 위해 있다
나는 비로소 지상의 화려한 불을 끄고
내 옆의 해바라기는
꿈같은 지하의 불을 길어 올린다
비로소 자유로운 내 오장육부
내 육체 위에 풀들이 자란다
내 육체가 키우는 풀들은
내가 꿈꾸는 공기의 질량만큼 무성하다
풀들은 말이 없다
말 없음의 풀들 위에서
풀벌레들이 운다
풀벌레들은 울면서
내가 떠나온 도시의 소음과 무작정의 질주를
하나씩 지운다
이제 내 속의 공기는 자유롭다
그 공기 속의 내 꿈도 자유롭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저 흙들처럼
죽음은 결국
또다른 삶을 기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모처럼 맑은 햇살에게 인사한다
햇살은 나에게
세상의 어떤 무게도 짐지우지 않고
바람은 내 속에
절망하지 않는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