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었다. 돌아와서 브람스를 거듭 듣고, 내내 불을 켜둔다. 시집이 나오면, 들고, 탐진강에 가겠다. 강의 곁자리에 성 예양읍이 있다. 시를 시작하고 끊었던 한 시기의 아픔을 이제는 용서하고 싶다.
시 쓰는 일이, 그저 아프고 되풀이해서 사죄하고 용서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너무 아파서 사죄도 용서도 안될 때는 장기곶에 내려가서 건너다볼 것이다. 거기가 벼랑이다.
빈 내 등에다 참으로 따뜻한 손을 얹어주신 소설가 한 분과 평론가 한 분이 계신다. 그리고 월간 현대시의 큰 사랑이 있다. 잊지 않겠다
2001년 3월 하순
위 선 환
추천글
위선환 시인은 나의 머리 속에 과즙 풍성한 천도(天桃)가 열리는 신화적인 나무로 각인되어 있다. 그는 나의 중.고등학교 두 해 후배이다. 나는 문학에 몸과 마음을 깊이 묻은 채 살아온 이래 늘 그가 현란한 시편을 들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려왔다. (중략)
이순을 넘어선 위선환 시인의 우주 인식은 이제 공자가 그랬듯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그러지지않는 경지(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에 이르러 있다. 말하자면 원효의 걸림없는 삶(無碍)같은 자유를 이미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 한승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