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하기
 
  제 목 사막일기
  작 가 최문자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525
  등 록 일 2006-10-13 오전 10:01:08

저자 소개

·서울 출생
<현대문학>으로 등단(1982년).


대표시

닿고 싶은 곳 7
─울음소리 작아지다.


양계장 닭들이 오늘 수 만개의 알을 낳았다.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눈을 부릅뜨지도 않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지도 않고 빨갛게 빨갛게 터지는 곳도 없이 금새 깨질 것 같은 정신을 쉽게 떨어뜨렸다. 무정란을 낳고부터 그들은 잘 울어지지 않았다. 목울대 끝으로 흘러 다니던 소리들이 입을 지나쳐 자궁으로 내려갔지만 소리가 싹트지 않는 자궁은 찌꺼기 같은 마른 소리만 냈다. 한 때, 닭들도 잘 울던 시절이 있었다, 한 마리의 암탉이 알둥우리를 탁 치고 뛰어내리면서 쉽게 쏟아지던 암탉의 울음 줄기는 아랫동네까지 흐르고도 남았었다.
요즘, 분명 어떤 것들이 내 울음을 갉아먹고 있다. 그 동안 세상으로 흘려 보냈던 따스한 울음으로 연명하며 살고 있다. 벌건 실핏줄 떠다니는 울음의 알을 다시 낳고 싶다.

오늘, 수 만개의 달걀이 실려 나갔다. 울 수 없는 닭들이 낳은 무음의 알들이 희디희게 세상으로 팔려 나갔다.


추천글

최문자의 시는 청춘의 화사함과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사색을 담고 있다. 시인은 ‘자고 나면 기대고 살던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 한웅큼씩 모래가 되’(<자라는 눈물 5>)는 것을 느끼며, 젊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주위를 돌아본다. 제한속도 없는 free-way를 달리는 것처럼 강렬하고 멈춤 없던 사랑은 가고(<공회전>), ‘제 몸을 찍어넘기는 도끼날에 향을 흠뻑 묻혀주는 향나무처럼’(<닿고 싶은 곳 3>) 사랑할 수 없는 나는 후유증을 앓는다. 향나무처럼 헌신적인 사랑으로 스스로를 달래기에는 나는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다._문혜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