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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즐거운 거지
  작 가 최동문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810
  등 록 일 2006-10-13 오전 9:59:50

저자 소개

·경주 출생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책정보

붉은 섬·꿈


소세지집 안에 있는 공중전화는 불통이었다.
그 때까지 R. 죠르쥬 끌레르망은 없었다.
알파벳 R도. 그 후에 다가왔다.
움직이지 않고 골목에 서 있다가 따라왔다.
국수, 햄버그를 먹었나, 먹지 않았나.
식욕이 씻긴 거리 저편에 서서
R. 죠르쥬 끌레르망은 유리문 밖에서 보았다.
깜박이는 눈에 드리운 눈썹.
한 쪽 눈으로 윙크 비슷한 짓,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힘이 없다는 걸.
유리문을 열고 나가자,
R. 죠르쥬 끌레르망은 친구들이 붙은 골목을 지나
방으로 갔다.
불빛 아래서 R. 죠르쥬 끌레르망은 하얗다.
눈썹볼이마눈입술이 보인다, 하얗다.
젖꼭지허리배꼽음부허벅지종아리발이 보인다.
하얗다 어두운 침대에서 나를 향해 태아잠과 같이
옆으로 누웠다 하얗다.
기다릴 수 없이 하얗다.
그림자 극단이 떠난 골목에 사는 기억이 하얗다.
그림자들이 꿈에다 나를 매달아 지중해에 푹 담갔다.
나는 소금과 같이 그녀와 같이 하얗다.



시인의 말

생명과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붉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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