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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천년의 사랑, 천년의 약속
  작 가 정일근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575
  등 록 일 2006-10-13 오전 9:59:38

저자 소개

·경남 진해 출생
·1984년 실천문학(5권) 신인시 발표



책정보

사랑의 약속
─경주 남산


무릇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해가 뜨는 동해에
그 바다를 향해 웅크린 산줄기에
사랑한다는 약속 새기지 마라
바다도 산도 둔갑을 한다
시간이 내는 발자국 앞에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자연
지구별에서도 해마다 사막은 늘어나고
그리운 바다는 줄어든다
행여,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지 마라
마음은 산중 운수납자도 열지 못하는
나무서랍 속의 낡은 비밀서류일 뿐이려니 
경주 남산 수리봉에 올라 하늘을 보라
제 성좌로 찾아와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과
보름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몸을 굴리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둥근 달
약속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랑 있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오는 약속 있으니
경주 남산 머리 위로 보름달이 뜨는 저녁
사랑, 그 아름다운 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우리 약속을 보라
우주의 모래알 같은 작은 지구에서
욕계육천 우주를 환히 비추는 우리 사랑을 보라




 시인의 말

신라의 변방에 들어와 살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경주 남산’ 연작시 31편과 ‘감은사지’ 연작시 15편으로 新羅詩集(신라시집)을 묶는다.
慶州 南山(경주남산)은 신라인이 우리에게 남긴 노천 불교박물관이며, 感恩寺址(감은사지)는 신비한 피리 ‘萬波息笛’(만파식적)의 신화가 전하는 절터이다. 
신라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一然(일연) 스님이 남긴 三國遺事(삼국유사) 속의 길을 따라 경주 남산과 감은사지를 떠돌며 나는 천년 전에도 그곳을 헤매던 신라사람이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년 전 그곳에서 진정한 사랑을 약속했던 한 사람이 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나는 그 천년 전 사랑과의 약속을 잊지 못해 신라의 그늘에서 윤회에 윤회를 되풀이하며  태어나 그 사람을 찾아가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라.
나는 또다시 천년 뒤에 신라의 그늘에 태어난다해도 그 사람 그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남을 것이다.
일연 스님은 신라의 옛모습을 寺寺星張 塔塔雁行(사사성장 탑탑안행), 절들은 별처럼 뿌려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떼처럼 날아가고 있었다고 적었다.
사랑이여, 그대는 별처럼 많은 어느 절에서 기러기떼처럼 많은 어느 탑 아래서 지금도 나를 기다리는가. 큰 소리로 천년 전 내 이름을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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