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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틈과 사이
  작 가 이지엽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493
  등 록 일 2006-10-13 오전 9:59:27

저자 소개

·1958년 해남
·동대학원 국문학
·시집 『샤갈의 마을』, 『떠도는 삼각형』
·현재광주여자대학교 창작문학과 교수



책정보

공룡을 꿈꾸며
─사이·11

나 이제 새로 꿈꾸려 하네
바다 거북이 힘들게 뭍으로 기어 올라와
막 낳아놓은 알들처럼
따뜻한 눈물의 꿈
그대의 방 틈새에 스며드는
여린 불빛 같은, 여린 아픔 같은 꿈
내가 그대가 되는 꿈, 그대가 섬이 되는 꿈

나는 내 몸을 벗어나 스무 해도 훨씬 넘게
도시의 불빛 사이 휘청거렸네
잠 속에서도 걸었네
중랑천변의 썩은 물들과
도원동 산번지의 매운 바람
흥부네 나라에는 웃목마다 뎅뎅 물이 얼고

그러나 나를 정작 이렇게 나뭇가지에 올려
잎 하나 달게한 건
도시의 불빛과 바람이 아니었네
학동 지나 아침재 넘어가던 물뱃심 같은 것들
황토덩이 같은 붉은 그리움들
그 푸릇푸릇하던 보리밭, 책보 질끈 동여매고
뛰어가던 논두렁 길들  어디선가 재미있는 얘기
들려줄 듯한 쏠쏠한 오솔길들

나 잠들 수 없는 남도의 이야기를 안고  그대에게 가려하네
장보고 물길을 열어 해상제국을 열어 놓았듯
우항리 그 먼 먼 선사 백악기쯤의 깨끗함 불러모아
언젠가 한 번은 반도를 뒤덮고 말 정직한 힘줄의 노래
파도, 때려도 더 등등하게 살아나는 파도의
등줄기 같은 노래 싱싱하게 돋아오는 저 햇살같은 역사를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네

그대, 언제나 내 어깨 위에
따슨 손 가만히 얹어주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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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의 시는 파편화된 삶의 양식이 빚어내는 ‘틈과 사이’의 고통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모든 틈은 고통의 흔적이다. 그 흔적이 ‘여리고 여린 억새풀 같은 사랑’이고 ‘붉은 자유의 피’가 묻어 있는 지워 버릴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는 ‘불안감’, ‘통증’, ‘악몽’ 속에서 ‘파산된 좌절감이/내 가슴 곳곳에 박힌다 모라토리움이다’(<계단을 내려가며 -틈시·14>)라고 표현한다. 모라토리움과도 같은 자기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일종의 보복 심리를 핑계 삼아/깊숙이 뿌리내린 내 폭력과 야만과 잔인성’으로 (<개미집 -틈시·5>) 자신을 무장 해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지워지지 않는 육성으로/정확한 말’을 뱉어 내는 ‘볼펜’, ‘생각이나 말이 고이면 어김없이/그는 바지춤도 내리지 않고 한 무더기/똥’(<볼펜똥 - 틈시·8>)을 갈겨대는 볼펜의 속성과 비교되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떨쳐 버리고 고통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사랑이다. ‘눈물은 눈물로써 더욱 아름다워지나니/사랑으로 정죄한 나의 피로/그대와의 틈’(<흔종 - 틈시·15>)을 메우고자 하는 노력은 무력감과 우유부단함 속에 젖어 있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다._신종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