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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행복한 난청
  작 가 임영조 저
  출 판 사 한국문연
  I S B N
  읽 은 수 499
  등 록 일 2006-10-13 오전 9:59:12

저자 소개


·1945년 충남 보령
·1970년 <월간문학>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출강

 


책정보

도꼬마리씨 하나


멀고 긴 산행길
어느덧 해도 저물어
이제 그만 돌아와 하루를 턴다
아찔한 벼랑을 지나
덤불 속 같은 세월에 할퀸
쓰라린 상흔과 기억을 턴다
그런데 가만! 이게 누구지?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는
억센 가시손 하나
나의 남루한 바지가랑이
한 자락 단단히 움켜쥐고 따라온
도꼬마리씨 하나
왜 하필 내게 붙어왔을까?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예까지 따라온 여자 같은
어디에 그만 안녕 떼어놓지 못하고
이러구러 함께 온 도꼬마리씨 같은
아내여, 내친 김에 그냥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이 있다면
할부금 갚듯 정 주고 사는 거지 뭐
그리고 깨끗하게 늙는 일이다.




시인의 말
시선집 <흔들리는 보리밭> 이후 두번째 시선집을 엮는다. 엮으면서 또 한 번의 절망을 느낀다. 시공부를 시작한지 삼십 여. 등단한지 올해로 28년을 헤아리건만 시쓰기가 갈수록 왜 이토록 어렵고 암담할까. 나의 부족한 역량과 시적 재능을 의심할 뿐이다. 그래도 나이만 먹었다고 폼잡고 시끄럽게 빈 수레나 끄는 문학판 건달은 되지 말자고 늘 다짐해왔다. 아무튼 쉬지 말고 좀더 부지런히 내 생의 중심으로 들어가 시와 더불어 행복해지기를 다짐해 본다.




추천글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우리는 상호조응(相互照應)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세계 안의 존재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러한 관계맺음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고, 보여주는 관계 속에 있음을 뜻한다. 다른 말로 말하면 그것은 타자를 통한 자기 확인이며, 열린 자아로서 세계를 살아가는 관계적 삶의 한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역시 이러한 상호조응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개성적인 관찰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특수한 눈으로 특수한 세계를 보는 관찰자이다. 시인의 ‘특수한 눈’은 시인의 눈에 끼고 있는 안경의 종류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시인은 자아 또는 대상을 은폐시키려는 목적의 썬그라스와 같은 안경에서부터 미세한 세계를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의 기능을 가진 안경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비유나 상징, 또는 알레고리 역시 이러한 안경의 한 종류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 詩史에서 일찍이 임영조 시인 만큼 선명한 감수성의 안경을 끼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영조의 시를 살펴보면 그의 모든 시들은 이미 시인의 특수한 안경을 통해서 새롭게 조명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_(박남희. 시인, 문학평론가)